두둥실게임즈DUDUNGSIL GAMES
DEVLOG EP.13

회고: AI 도구로 혼자 39일 만에 게임을 출시하며

빈 프로젝트를 만든 9월 14일부터 App Store에 출시한 10월 23일까지 커밋 407개. AI 도구를 어디에 썼고, 어디서 막혔고, 사람이 끝까지 붙잡아야 했던 게 뭐였는지 정리했다.

  • 기록 기간2026-09-14 ~ 10-23
  • 커밋407개
  • 읽는 시간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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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9월 14일에 찍은 어두운 카드형 프로토타입 화면, 오른쪽은 10월 21일에 만든 스토어 스크린샷의 도트 전투 화면
9월 14일 오후 5시 27분의 첫 프로토타입(왼쪽)과 10월 21일에 만든 스토어 스크린샷(오른쪽).

이 개발일지는 「마계공단: 던전사업부」라는 모바일 게임을 혼자 만든 기록이다. 용사 대신 던전 편에 서서, 쳐들어오는 모험가 파티를 몬스터 직원들로 막는 도트 던전 경영 디펜스다. 2026년 10월 23일 아침 8시 39분에 한국 App Store에 출시했다.

1편부터 12편까지는 날짜순으로 따라갔다. 이번 편은 그걸 한 번에 돌아보는 회고다. 요즘 "AI로 게임 만들기"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이 많을 것 같아서, AI 도구를 실제로 어디에 썼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중심으로 적었다. 숫자는 전부 게임 저장소의 커밋 기록과 문서에서 셌다.

39일 동안 남은 기록

프로젝트를 만든 건 9월 14일 오후 4시 29분이다. 첫 커밋 메시지가 "Unity 개발 환경 준비"였다. 출시 버튼은 10월 23일 오전 8시 39분에 눌렀다. 그 사이 커밋이 407개다.

항목9월 14일 첫날10월 23일 출시 무렵
설계 문서7개38개, 1만 5천 줄 남짓
게임 코드(C#)프로토타입 몇 파일395파일, 5만 1천 줄 남짓
자동 검사없음에디터 검사 파일 121개
몬스터8종185종(등급별 변형 포함)
스토리없음10장과 하드 모드
인앱 상품없음20종 심사 통과

코드와 문서 줄 수는 지금(10월 26일) 저장소 기준이라 출시일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커밋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었다. 9월 19일, 20일, 25일, 10월 3일, 6일이 그렇다. 커밋이 40개인 날(9월 18일)도 있고 3개인 날도 있다.

9월 14일 프로토타입의 배치 화면과 10월 21일 스토어 스크린샷의 배치 화면
왼쪽은 9월 14일 오후 5시 24분에 찍은 프로토타입 배치 화면, 오른쪽은 10월 21일에 실제 게임 화면으로 만든 스토어 스크린샷. 층마다 칸이 있고 카드를 눌러 놓는 구조는 첫날부터 그대로다.

첫날 배치 화면과 출시 화면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은 완전히 다른데, 층마다 칸이 있고 상대 파티를 보고 몬스터를 놓는 구조는 똑같다. 첫날 1시간 만에 만든 판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건 좀 신기했다.

AI로 게임 만들기, 어떤 도구를 어디에 썼나

이 게임은 AI 도구를 많이 써서 만들었다. 숨길 생각은 없고, 오히려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서 정리해 둔다.

분야도구한 일
코드·문서·검사Claude Code기획 문서를 읽고 코드 작성, 에디터 검사 작성, 커밋
에디터 연결MCP for UnityAI 도구가 Unity 에디터를 열고, 씬을 만들고, 플레이 모드를 돌려 보게 연결
초기 그림AI 이미지 생성9월 15일 로비 원화, 첫 캐릭터 시트
도트 그림PixelLab캐릭터, 모험가, 장비 아이콘, 컷씬, 이펙트
목소리·효과음ElevenLabs직원 등급별 목소리, 보스, 전투 효과음 층

10월 26일까지 쌓인 커밋 450개 중 286개에 Claude 모델이 공동 작성자로 찍혀 있다. Codex에서도 같은 Unity 연결을 쓸 수 있게 설정 파일을 만들어 뒀다.

"바이브 코딩으로 게임 만들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내 경우엔 말로 대충 시키고 결과를 보는 방식은 거의 안 했다. 첫날부터 "이 문서의 이 작업을 이 기준으로 끝내 줘"처럼 범위를 잘라서 맡겼다. 그 습관이 이 39일을 버티게 해 줬다고 생각한다.

개발자 노트한 작업을 맡기는 단위

작업을 맡길 때는 설계 문서의 항목 번호를 같이 줬다. 예를 들면 "15_tutorial_unlock의 T03 배치 단계, 완료 조건은 '몬스터가 배치됨' 이벤트". 이렇게 하면 결과를 볼 때도 문서랑 맞는지만 보면 된다.

완료 기준은 가능하면 에디터 검사로 남겼다. 스토리 스테이지 22개 × 던전 레벨 4단계에서 추천 배치가 시작 가능한지, 저장을 바꾼 뒤 예전 저장이 열리는지 같은 것들이다. 검사 파일이 121개가 된 건 이렇게 쌓인 결과다. 10월 15일에는 열려 있는 Unity 에디터에서 모든 검사를 한 번에 돌리는 실행기까지 만들었다.

컴퓨터 두 대를 오갔다. 안드로이드 빌드는 윈도우 데스크톱에서 했는데, 그때마다 '인계 문서'를 남겼다. 어디까지 했고, 다른 PC에서 뭘 확인해야 하는지. AI 도구도 그 문서를 읽고 이어서 작업한다. 커밋 메시지에 "cross-machine handoff"가 처음 나온 게 10월 1일이다.

잘 된 것: 문서, 검사, 그리고 양

제일 도움이 된 건 문서를 먼저 쓴 거다. 2편에서 첫날 프로토타입을 지우고 설계 문서 18개를 먼저 썼는데, 그 문서들이 끝까지 기준이 됐다. 나중에 엔드게임, 결제, 현지화처럼 큰 걸 시작할 때도 항상 번호 붙은 문서부터 썼다. 31번이 엔드게임, 20번대가 결제·상점, 35번이 현지화다.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양도 있다. 몬스터 185종, 장비 아이콘 540개, 스토리 10장 대본, 직원마다 붙은 사연, 한국어 문장 2,500개 넘게를 번역할 수 있는 구조로 옮기고 영어판을 만드는 작업. 8편에서 쓴 것처럼 모험가 54종을 하루에 다시 그린 날도 있다. 이런 반복 작업은 AI 도구한테 넘기고, 나는 고르고 고치는 데 시간을 썼다.

밸런스도 시뮬레이터 덕을 많이 봤다. 3편에서 승률 0%를 고칠 때부터, 7편의 84일 엔드게임 성장 검증까지. 사람이 84일을 직접 플레이해 볼 수는 없으니까.

안 된 것: AI가 혼자 못 하는 부분

그림체는 계속 흔들렸다

2편에서 처음 만든 로비 그림은 도트로 요청했는데 채색 일러스트가 나왔다. 그래서 PixelLab으로 도트를 다시 만들었고, 3편에서 캐릭터 24체를 다시 그렸고, 9월 26일엔 직원 130체를 다시 뽑았고, 10월 7일엔 모험가 54종을 직원 그림체에 맞춰 다시 그렸다. 하나씩 따로 만들면 다 괜찮아 보이는데, 한 화면에 모아 놓으면 서로 안 어울렸다. 이건 결국 내가 나란히 놓고 보면서 기준을 정해야 했다.

문구에서 AI 티가 났다

9월 30일에 게임 안 문구를 한 번 크게 갈아엎었다. 스토리 6~10장에서 복사해 붙인 비서 힌트 36개, 똑같은 모험가 등장 대사 60개를 스테이지마다 다른 문장으로 바꿨다. 튜토리얼이 멀쩡히 되는 기능을 "준비 중"이라고 부르는 것, 개발용 표시가 화면에 새어 나온 것도 이때 지웠다.

다음 날엔 이름도 손봤다. '잿빛 원정대', '녹빛 추적대' 같은 흐릿한 색 표현을 '화염 원정대', '숲 추적대'로 바꾸고, 직원 이름 130행에서 '찬란한', '신화의' 같은 등급 접두어를 뺐다. '찬란한 조용한 무네아'가 '조용한 무네아'가 됐다. 그때 문서에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고치기 위한 피드백"이라고 적어 놨다. 그럴듯한 말을 잔뜩 만드는 건 AI가 잘하는데, 그게 쌓이면 다 비슷하게 들린다. 읽어 보고 걸러 내는 건 사람 일이었다.

검사가 통과해도 손으로 해 보면 막혔다

4편에서 처음 폰에 깔아 봤을 때 버그가 4개 나왔다. 자동 검사는 다 통과한 상태였다. 뒤로가기를 누르면 앱이 꺼지는 것처럼, 에디터에선 아예 재현이 안 되는 것도 있었다. 9편의 세이브 버그들도 비슷하다. 저장 형식이 바뀌면서 예전 저장을 가진 사람만 겪는 문제는 새로 시작하는 테스트로는 안 잡힌다.

계정, 심사, 정책은 직접

스토어 개발자 계정, 사업자 등록, 결제 프로필, 개인정보처리방침, 확률 공개, 앱 심사 같은 건 AI가 대신 끝내 줄 수 없었다. 문서 초안이나 체크리스트는 같이 만들었지만, 신원 확인을 하고 동의 버튼을 누르는 건 내 몫이다. 출시까지 걸린 시간 중 꽤 많은 부분이 여기에 들어갔다. 이 얘기는 10편과 11편에 있다.

결정은 내가 했다

커밋 기록을 다시 읽어 보면 방향이 바뀐 지점마다 내가 정한 게 있다. 9월 18일에 게임 진행 축을 악명과 던전 레벨에서 스토리 챕터로 옮겼다. 9월 22일엔 화면에 나오는 '몬스터'를 전부 '직원'으로 바꿨다. 마왕이 이사장인 공기업이라는 설정이면 몬스터는 월급 받는 직원이어야 웃기니까. 10월 12일엔 결제 기록을 어디에 둘지 고르고 비용 상한부터 적었고, 10월 14일엔 환불이 되더라도 이미 받은 직원과 재화는 회수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출시 지역을 한국 한 곳으로 둔 것도 그렇다.

AI 도구는 이런 결정마다 선택지와 근거를 정리해 주는 데 쓸모가 있었다. 장단점 표를 만들어 주고, 문서를 고치고, 결정을 코드와 검사에 반영하는 것까지는 빨랐다. 그래도 어느 쪽으로 갈지는 그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정해야 했다.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면 다른 답이 나오기도 해서, 정한 건 꼭 문서에 날짜와 함께 적어 뒀다. 그래야 다음 날 다른 작업을 맡길 때도 같은 기준으로 일한다.

혼자 게임을 만들려는 분께

해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을 몇 개 적는다. 정답은 아니고, 이번에 이렇게 했다는 기록이다.

AI한테 맡기기 전에 "어디까지 되면 끝인지"를 먼저 적어 두는 게 제일 컸다. 그게 없으면 결과가 그럴듯한지만 보게 되고, 그럴듯한 건 AI가 항상 잘 만든다.

그림은 처음 일주일 안에 기준 그림 몇 장을 정해 두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나는 기준을 늦게 정해서 같은 캐릭터를 몇 번씩 다시 그렸다.

폰에 깔아 보는 날을 일찍 잡는 것도. 나는 8일째에 처음 해 봤는데, 그날 나온 것들이 다 에디터에선 안 보이던 문제였다.

그리고 커밋 메시지를 문장으로 남기는 습관. 이 개발일지 13편을 전부 커밋 기록만 보고 쓸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다.

이 게임이 궁금하다면

10월 21일에 만든 스토어 스크린샷 8장 모음
10월 21일 커밋에 들어간 iOS 스토어 스크린샷 8장. 전투, 던전, 배치, 공명, 직원 명부, 전리품, 영업, 스토리 순서.

「마계공단: 던전사업부」는 지금 iPhone과 iPad용으로 한국 App Store에 나와 있다. 무료이고 앱 안에 구매가 있다. 정찰로 쳐들어올 파티의 속성을 보고, 다섯 속성 상성에 맞춰 몬스터를 층마다 배치하면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쓰러뜨린 모험가의 장비는 내 몬스터 장비가 되고, 자리를 비워도 영업 모드로 던전이 돌아간다. 스토리는 마왕이 이사장인 공기업에서 적자 던전을 맡은 신입 던전장 이야기고, 블랙 코미디 쪽이다. 설정에서 영어로도 바꿀 수 있다. Android(Google Play) 버전은 아직 준비 중이다.

인디 게임이나 도트 게임을 찾다가 이 글까지 왔다면, 게임 소개 페이지에서 화면을 더 볼 수 있다.

시리즈 전체 목차

편기간내용
1편9/14빈 프로젝트에서 1시간 만에 싸우는 던전까지
2편9/15~16설계 문서 18개, 도트 그림체
3편9/17몬스터 성장, 장비, 게임 이름
4편9/18~21튜토리얼과 첫 실기기 테스트
5편9/22~23몬스터 180종과 타격감
6편9/24~29스토리 4장부터 엔딩까지
7편9/29~10/5길드장 결전과 하드 모드
8편10/7~11모험가 54종과 장비 아이콘 다시 그리기
9편10월세이브가 꼬이던 날들
10편10월상점, 보상형 광고, 결제 서버
11편10/13~21내부 테스트, TestFlight, 심사 제출
12편10/21~25App Store 출시와 영어판

39일은 생각보다 짧았고, 출시하고 나서도 커밋은 계속 쌓이고 있다. 출시한 날 밤에 영어판 설계를 시작했고, 오늘 아침에도 던전 지도 화면을 손봤다. 다음 기록은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어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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