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실게임즈DUDUNGSIL GAMES
DEVLOG EP.01

첫날, 빈 프로젝트에서 싸우는 던전까지

오후 4시 반에 빈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5시 반에는 몬스터를 배치하면 용사랑 싸우는 던전이 돌아갔다. 그날 밤까지 있었던 일.

  • 기록 기간2026-09-14
  • 커밋10개
  • 읽는 시간약 14분
2026년 9월 14일 저녁에 찍은 던전 디펜스 프로토타입의 실제 화면 세 장. 어두운 바탕에 모험가 파티, 층별 몬스터 칸, 방어 시작 버튼이 보인다
2026년 9월 14일 오후 5시 24~28분에 에디터에서 찍어 둔 첫 프로토타입.

「마계공단: 던전사업부」는 용사 말고 던전 편에 서는 게임이다. 쳐들어오는 모험가 파티를 보고, 몬스터를 층마다 배치해서 막는다. 지금은 스토리 10장에 엔드게임까지 있는 게임이 됐는데, 시작은 메모 몇 줄이었다.

개발일지를 쓰려고 커밋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봤다. 커밋은 코드를 저장할 때마다 남는 기록이라 몇 시 몇 분에 뭘 했는지가 다 남아 있다. 생각보다 일기장 같아서, 이걸 따라가면서 한 편씩 쓰기로 했다. 그림도 그때 실제로 찍었거나 그때 만든 것만 쓴다. 지금 게임 화면은 안 넣는다.

1편은 프로젝트를 만든 날, 2026년 9월 14일이다. 커밋은 10개였다.

메모를 기획서로

처음 적어 둔 건 이런 문장들이었다.

  • 내가 던전을 운영하는 1인 게임
  • 모험가가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게 막는다
  • 파티마다 대표 속성이 있고, 내 몬스터 속성에 따라 모험가가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 몬스터는 장비를 입고, 레벨 상한을 끝까지 올리면 궁극기가 생긴다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이대로는 못 만든다. "강해지거나 약해진다"가 몇 퍼센트인지, 언제 판정하는지, 화면 어디에 보여 주는지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첫 커밋에 같이 올린 기획서(826줄)는 메모 한 줄마다 게임에서 실제로 뭐가 되는지 짝을 맞추는 표부터 시작한다.

메모기획서에서
모험가가 클리어하지 못하게 막는다모험가가 전멸하거나 도망치면 방어 성공, 최종 보스가 쓰러지면 실패
내 몬스터 속성에 따라 모험가가 버프·디버프던전 기운: 배치한 몬스터의 속성 비율이 모험가 능력치를 바꾼다
몬스터 조합에 따라 몬스터가 버프·디버프공명(던전 전체)과 층 조합(같은 층)
배치 수 제한, 던전 레벨로 상한 증가층 구조와 던전 레벨 표, 보스는 중간·최종 2마리 고정
몬스터 수집, 장비 착용쓰러뜨린 모험가의 장비를 내 몬스터가 입는 약탈 장비

메모가 애매한 데는 해석해서 적고 "확인 필요"라고 따로 표시했다. 보스 설명에 있던 "일반스킬"은 일반 공격의 오타로 봤고, "최대 레벨을 올리면 궁극기"는 레벨 상한을 끝까지 돌파하면, 그러니까 완전 각성하면 주는 걸로 읽었다. 첫 돌파에서 바로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옆에 적어 뒀다. 보스는 던전 레벨이랑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두 마리로 못 박았다.

메모에 없던 것도 기획서를 쓰면서 꽤 보탰다. 던전을 세로로 자른 단면으로 보여 주고 층 하나가 전투 한 번이 되는 구조, 층을 내려가도 모험가 체력이 안 차는 소모전 규칙, 내가 자주 쓰는 속성에 강한 파티를 보내는 길드 동향 같은 것들. 그리고 기획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문장이 하나 있다. "어제 쓰러진 기사의 검이 오늘 우리 고블린 손에 들려 있다."

세계관 후보는 두 개였다

하나는 용사한테 진 마왕이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는 다크 판타지. 다른 하나는 마왕군 '던전 사업본부'에 신입 던전장으로 발령받는 이야기였다. 기본안은 두 번째로 잡았다.

물려받은 건 지하 2층짜리 적자 던전이고, 본사 분기 평가를 통과하려면 모험가를 막고 전리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이 설정이 좋았던 건 회사 용어가 그대로 시스템 이름이 된다는 점이었다. 스토리 챕터는 분기 평가, 일일 퀘스트는 본사 지령, 몬스터 뽑기는 채용 공고. 톤은 가벼운 블랙 코미디로 잡았다. 모험가는 비장한데 몬스터는 월급 받는 직장인인 식.

이 방향은 지금까지 그대로 왔다. 이름은 며칠 뒤에 바뀌는데, 그날 저녁 화면에 찍힌 첫 이름은 아래에 나온다.

누가 할 게임인가

기획서엔 타겟도 적어 뒀다. 1차는 수집형 RPG를 해 본 20~30대, 그중에서도 오토체스나 덱빌딩처럼 조합 짜는 걸 좋아하는 사람. 2차는 짧게 자주 들어오는 방치형 유저인데, 이쪽은 나중에 '영업' 모드로 받기로 했다.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던전 경영물을 본 사람이라면 따로 설명 안 해도 바로 알아들을 거라는 메모도 있다.

비슷한 게임이랑 뭐가 다른지도 네 가지로 적었다.

  • 배치한 몬스터가 내 몬스터를 강화하는 동시에 적 능력치까지 바꾼다.
  • 모험가 길드가 내가 자주 쓰는 속성을 학습해서 상성 파티를 보낸다. 정답 조합 하나로 계속 이길 수가 없다.
  • 전리품이 곧 내 몬스터 장비다.
  • 던전 레벨이 오를 때마다 층이 아래로 늘어난다.

기능 넣을지 말지 고민될 때 보는 세 줄

읽고 받아친다. 조합이 곧 전략이다. 내 던전이 자란다.

기획서 앞쪽에 적어 둔 세 줄인데, 아직도 기능 하나 넣을지 말지 애매하면 여기로 돌아온다. 셋 중 어느 것도 강해지지 않는 기능이면 일단 미룬다.

한 판의 흐름도 이때 정했다. 다음 파티를 정찰하고(10초), 배치하고(30초~2분), 층별 자동 전투를 보고(2배속으로 1~2분), 결과를 확인하고(10초), 몬스터를 키운다. 그리고 다시 정찰.

첫날 목표는 질문 하나

기획서 맨 끝에는 만드는 순서랑, 단계마다 확인할 질문을 적어 놨다.

단계만드는 것확인할 질문
1. 코어 프로토타입층과 칸, 몬스터와 보스, 모험가 파티, 자동 전투상대를 보고 배치를 바꾸는 게 재밌나? 결과가 납득되나?
2. 성장 루프레벨, 각성, 장비 약탈, 스토리 1장한 판 더 하고 싶나?
3. 운영 루프방치형 영업, 길드 동향, 시설매일 들어올 이유가 있나?
4. 출시 준비수익 모델, 스토리 확장, 토벌대소프트런칭 지표

그 밑에 이렇게 써 뒀다.

1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정찰 → 배치 변경"이 재미없으면 그 위에 무엇을 얹어도 살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첫날은 그림도 소리도 메뉴도 없이, 이 질문 하나에 답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들기로 했다. 기획서의 1단계 계획은 몬스터 15종, 보스 3종, 파티 6종이었는데 그것도 많아 보여서 첫날은 몬스터 6종, 보스 2종, 파티 3종까지 더 줄였다.

개발 환경, 그리고 AI 도구

오후 4시 29분에 빈 Unity 프로젝트를 첫 커밋으로 올렸다. Unity 6.3 LTS, 2D, 세로 화면. 한글 글꼴은 무료 라이선스인 Noto Sans KR을 넣었다.

처음부터 신경 쓴 건 AI 개발 도구가 Unity 에디터를 직접 만질 수 있게 연결하는 거였다. 혼자 하는 거라 코드 쓰고, 씬 만들고, 실행해서 확인하는 반복 작업을 최대한 도구한테 넘기고 싶었다. 5시 7분 커밋에서 그 연결로 에디터를 열고, 씬을 불러오고, 플레이를 눌렀다 멈추는 것까지 됐다.

이 게임은 코드도 그림도 AI 도구를 많이 써서 만들고 있다. 대신 뭘 만들지, 어디까지 되면 끝인지는 기획서랑 설계 문서에 먼저 적고, 결과는 자동 검사랑 직접 플레이로 확인한다. 혼자서 이 속도가 나온 건 도구 덕이 크고, 중간에 방향을 안 잃은 건 문서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Unity 개발 환경 준비 완료 화면과 프로토타입 두 버전
왼쪽부터 오후 5시 9분, 5시 24분, 5시 27분에 찍은 화면. 환경 확인용 화면에서 15분 뒤에 프로토타입이 떴고, 3분 뒤엔 '던전 사업본부'라는 제목이랑 층 이름을 달았다.
개발자 노트첫날 개발 환경
  • Unity 6000.3.24f1 LTS (Apple Silicon), URP 2D 렌더러
  • uGUI, Input System
  • MCP for Unity: AI 도구가 에디터랑 통신하는 연결. 패키지와 서버 버전을 고정해 뒀다. 재컴파일하면 연결이 잠깐 끊기는데, 에디터가 준비되면 다시 붙는다
  • 세로 540×960 미리보기 메뉴, 화면 캡처 도구

에디터 자동 캡처를 쓰면 Metal 그래픽 쪽 로그가 두 줄 남는다. 깊이 버퍼를 꺼 봐도 안 없어졌다. 화면이랑 실행엔 문제가 없어서 기본 설정으로 두고 README에 적어만 뒀다. 위 스크린샷들이 그 캡처 도구로 찍은 것이다.

밤 9시쯤엔 Windows 11 PC에도 같은 버전 에디터를 깔았다. Unity Hub를 명령줄로 무인 설치해서 에디터는 D 드라이브에 두고, Android랑 WebGL 모듈까지 한 번에 받았다. 에디터를 화면 없이 띄우는 배치 실행으로 컴파일 오류 0건, 프로토타입 검사 통과까지 확인했다. Mac이랑 Windows 어디서든 이어서 작업하려고 맞춘 거다. Windows 쪽에서 에디터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있어서 30분 뒤에 한 번 더 고쳤다.

5시 29분, 던전이 돌아갔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딱 한 시간 뒤인 5시 29분에 "플레이할 수 있는 던전 디펜스 프로토타입"을 커밋했다. 그날 만든 던전은 이 정도였다.

  • 속성은 화염, 물, 자연. 화염은 자연에, 자연은 물에, 물은 화염에 강하다. 유리하면 피해 1.3배, 불리하면 0.8배.
  • 몬스터는 속성마다 2종씩 6종. 보스는 자연 속성 중간 보스 엘더루트, 물 속성 최종 보스 나이아.
  • 던전은 1층, 2층, 보스층. 층마다 4칸. 일반 몬스터는 6마리까지, 같은 종은 2마리까지. 최종 보스는 보스층 첫 칸 고정.
  • 쳐들어오는 파티는 푸른 방패단(물), 잿빛 원정대(화염), 녹빛 추적대(자연) 중 하나. 기사, 전사, 마법사, 사제 넷.
  • 모험가는 층을 내려가도 체력이 안 찬다. 위층에서 깎아 놓은 만큼 아래층이 편하다.
  • 전투는 자동이고 배속만 바꿀 수 있다. 던전장이 직접 하는 건 모험가 전체에 피해를 주는 '낙석' 한 번이 전부.

전투 규칙도 단순하게나마 꽤 넣어 놨다. 모험가 체력은 기사 285, 전사 215, 마법사 155, 사제 145. 모험가마다 물약을 하나씩 들고 와서, 체력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마시고 25%를 회복한다. 사제나 포자 버섯 같은 치유 담당은 체력 비율이 제일 낮은 아군을 35씩 채운다. 보스는 체력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 딱 한 번 권능을 쓰면서 체력 20%를 회복한다.

모험가가 도망가는 규칙도 있었다. 층을 넘어갈 때 파티 전체 체력이 25% 이하로 남아 있으면 40% 확률로 도망치고, 이것도 방어 성공으로 친다. 150초가 지나도 안 끝나면 모험가가 퇴각한다. 그리고 '다른 파티' 버튼으로 쳐들어올 파티를 직접 바꿀 수 있게 해 뒀다. 같은 배치로 상대만 바꿔 가며 비교해 보려고 넣은 버튼이다.

화면은 위에서 아래로 읽게 만들었다. 맨 위에 쳐들어오는 파티, 그 밑에 지금 배치로 생기는 기운과 공명, 그 밑에 층별 칸, 맨 아래에 몬스터 카드와 '방어 시작' 버튼.

화면에 있는 숫자들

기획서의 시너지 규칙도 첫날에 단순한 버전으로 다 넣었다.

  • 던전 기운: 배치한 몬스터 중 한 속성이 40%를 넘으면 그 속성 기운이 생긴다. 그 기운이 모험가 속성을 이기면 모험가가 약해지고, 지면 오히려 모험가가 세진다. 스크린샷의 "중립 기운 · 상대 체력·공격 0%"가 이거다.
  • 공명: 같은 속성이 3마리, 6마리, 9마리 모이면 그 속성 몬스터가 다 강해진다. 화염은 공격, 물은 체력, 자연은 속도.
  • 층 조합: 한 층에 같은 속성이 둘 이상이면 '결속'(스킬 대기시간 10% 감소), 다른 속성이 섞이면 '압도'(상성에 따라 공격 ±15%).

배치를 한 번 바꾸면 내 몬스터도 세지고 적 능력치도 같이 바뀐다. 기획서에는 "배치 한 번이 버프이자 환경 조작이다"라고 써 놨는데, 그게 첫날부터 숫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본 배치는 졌고, 바꾼 배치는 이겼다

그림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임시로 찍은 작은 도트 아이콘, 카드, 체력 막대가 전부. 그래도 그날 확인하고 싶었던 건 확인했다. 상대를 보고 배치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는가.

첫날 프로토타입의 배치 준비 화면과 방어 실패 결과 화면
9월 14일 오후 5시 27~28분. 왼쪽은 배치 준비, 오른쪽은 최종 보스가 쓰러져서 방어에 실패한 결과 화면이다. 맨 위 '던전 사업본부'가 이 게임의 첫 이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놓은 기본 배치는 졌다. 오른쪽 화면처럼 보스층 나이아가 쓰러지고 "방어 실패"가 뜬다. 상대 파티한테 유리한 속성으로 몰아준 배치는 이겼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반대였으면 곤란했다. 어떻게 놓든 결과가 비슷하면 배치 화면은 그냥 귀찮은 단계가 된다. 그러면 기운이니 공명이니 아무리 붙여도 결국 다들 자동 배치 버튼만 누를 거다. 첫날에 이게 확인돼서 다행이었다.

개발자 노트전투 규칙은 화면이랑 분리된 180줄짜리 파일 하나

처음부터 화면과 전투 계산을 나눴다. DungeonSimulation.cs 하나에 상성, 배치 규칙, 기운, 공명, 층 조합, 전투 진행이 다 들어 있고, UI는 그 결과를 그리기만 한다. 그래서 그림 없이도 전투를 수백 번 돌려 볼 수 있었다.

상성은 이게 전부였다.

public static float Affinity(Element attack, Element defense)
{
    if (attack == defense) return 1;
    return ((attack == Element.Fire && defense == Element.Nature) ||
            (attack == Element.Nature && defense == Element.Water) ||
            (attack == Element.Water && defense == Element.Fire)) ? 1.3f : 0.8f;
}

기운은 보스를 2마리로 쳐서 계산한다. 1등 속성이 40% 미만이거나 1등이 둘이면 기운이 없고, 60%, 80%를 넘을 때마다 단계가 오른다. 단계당 모험가 능력치가 10%씩 움직인다.

같은 시드면 같은 전투가 나오게 만든 것도 이날이다. 에디터 메뉴 하나로 이걸 한꺼번에 검사했다.

  • 배치 제한 (6마리, 같은 종 2마리, 보스 자리)
  • 상성이랑 기운 계산
  • 층을 넘어가도 모험가 체력이 그대로인지
  • 낙석이 한 번만 되는지
  • 같은 시드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 파티 3종 × 배치 3종, 9가지 조합 전투가 다 정상으로 끝나는지

버튼 흐름도 따로 검사를 만들었다. 플레이 상태에서 배치하고 방어 시작을 누르고 결과 화면까지 가는지, 결과에서 '다음 방어'를 누르면 다시 배치 화면으로 돌아오는지. 사람이 매번 눌러 보는 대신 메뉴 하나로 돌린다.

밸런스 얘기를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할 수 있게 된 게 컸다. 이 9가지 조합 검사는 이틀 뒤 전투 엔진을 새로 짤 때도 그대로 옮겨 갔다.

저녁에 붙인 것들: 성장, 저장, 약탈 장비

돌아가는 걸 보고 나니 다음은 "계속 하고 싶은가"였다. 원래 2단계 질문인데 그냥 당겨 왔다. 그래서 밤엔 성장이랑 저장부터 넣었다.

  • 몬스터와 보스는 Lv.1~20. 레벨마다 기본 체력과 공격력의 12%가 붙는다. 강화 비용은 20골드부터 레벨마다 10골드씩 오른다.
  • 방어 단계는 1~100. 이기면 단계가 오르고, 단계마다 적이 6%씩 세진다. 지면 단계는 그대로고 다른 파티가 온다.
  • 보상은 이기면 40 + 5 × (단계 − 1)골드, 지면 10 + 2 × (단계 − 1)골드.
  • 배치를 바꾸거나 강화하거나 정산할 때마다 자동 저장.

13분 뒤, 9시 57분에는 기획서의 그 한 줄을 넣었다. 약탈 장비. 쓰러진 모험가는 직업마다 정해진 장비를 하나씩 떨어뜨린다.

쓰러뜨린 모험가장비효과
기사방패 (방어구)체력 +30
전사검 (무기)공격 +5
마법사지팡이 (무기)공격 +6
사제목걸이 (장신구)체력 +20

장비는 원래 주인 속성을 그대로 가져가서, 입은 몬스터랑 속성이 같으면 공격 +2가 더 붙는다. 살아서 도망친 모험가는 아무것도 안 떨군다. 방어에 실패해도 쓰러뜨린 놈 장비는 챙긴다. 기획서에 수치가 없어서 일단 임시로 정한 값들이다.

이걸로 "용사의 검을 든 슬라임"이 규칙상으로는 가능해졌다. 겉모습까지 바뀌는 건 한참 뒤 일이다.

전투 화면도 조금 만졌다. 때릴 때 캐릭터가 움직이고, 피해 숫자는 주황색, 회복은 초록색으로 뜬다. 쓰러지면 작아지면서 어두워진다. 연출은 실제 시간 기준이라 2배속, 3배속에서도 읽히고, 전투 계산엔 영향이 없다.

개발자 노트첫 저장 시스템

저장은 기기 안에 JSON 파일 하나. 처음부터 두 가지는 챙겼다.

  • 백업: 저장할 때 이전 파일을 .bak으로 남긴다. 본 파일이 깨지면 백업에서 복구하고, 둘 다 못 읽으면 안내하고 새로 시작한다.
  • 형식 버전: 장비를 넣으면서 저장 형식이 v2가 됐다. v1 파일의 골드, 레벨, 배치, 진행 상황은 그대로 읽어 오게 했다.

장비 검사에는 같은 전투 장비가 두 번 들어오지 않는지도 넣었다. 정산이 두 번 되는 문제는 이 뒤로도 계속 신경 쓰게 된다.

밤 10시 15분, 코드 말고 문서

이날 밤 커밋 중 하나는 코드가 아니라 문서였다. 기획서 한 권을 설계 문서 7개로 쪼갰다. 목차와 로드맵, 공통 기반(데이터 표, 저장, 화면 구조), 로비, 속성과 시너지, 던전과 배치, 몬스터, 보스. 합쳐서 2,152줄.

프로토타입은 "이거 재밌나?"를 보는 장난감이었고, 그건 확인했다. 이제 진짜를 만들어야 하는데, 혼자 만들 때 제일 무서운 게 머릿속에만 있는 규칙이다. 사흘 뒤의 내가 오늘의 나랑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문서마다 규칙, 데이터 표, 화면, 흐름, 예외 상황, 지금 구현이랑 다른 점, 그리고 "이게 되면 끝"이라는 확인 기준까지 적었다.

이날 문서에는 결정 목록도 벌써 13개가 있었다. 몬스터를 종 단위로 가질지 개체 단위로 가질지, 레벨업에 경험치를 쓸지, 전투를 실시간으로 할지 턴제로 할지, 플레이어가 전투에 얼마나 끼어들지 같은 것들. 마지막 건 "궁극기는 수동, 권능 3종"과 "완전 자동" 중에 앞쪽을 기본값으로 잡았다. 이 목록 얘기는 2편에서 조금 더 한다.

2026.09.14 커밋 로그

  1. 빈 Unity 프로젝트, 기획서 v0.2
  2. Unity 2D 설정, AI 도구 ↔ 에디터 연결 확인
  3. 에디터 자동 캡처 제약 기록
  4. 플레이할 수 있는 던전 디펜스 프로토타입
  5. Windows PC 개발 환경
  6. Windows 에디터 연결 끊김 수정
  7. 몬스터 강화, 진행 저장, 단계 난이도
  8. 장비 약탈·장착, 피해 숫자 연출
  9. 설계 문서 7개 (2,152줄)
  10. 기반 코드와 로비 뼈대
개발자 노트작업 ID를 커밋에도 남긴다

설계 문서의 할 일은 영역마다 접두어를 붙여서 나눴다. 기반은 BAS, 로비는 LOB, 시너지는 SYN, 배치는 DUN, 몬스터는 MON. 작업마다 완료 기준이 있고, 커밋 메시지에도 같은 ID를 쓴다. 다음 날 아침 커밋이 feat(BAS,LOB): finish foundation and lobby scope 이런 식이다.

AI 도구한테 일을 맡길 때도 "이 문서의 이 작업을 이 기준으로 끝내 줘"라고 범위를 딱 잘라 말할 수 있어서 편했다. 지금 커밋 기록만 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 습관 덕분이다.

그날 마지막 커밋에서는 프로토타입 코드를 키우는 대신 새 구조를 세우기 시작했다.

  • 씬을 부팅, 타이틀, 메인, 전투 4개로 나눔
  • 몬스터·스킬·파티 데이터는 CSV 표로 관리하고, 에디터에서 Unity 에셋으로 가져옴
  • 저장 서비스와 화면 전환 틀
  • 코드를 Core(규칙), Game(진행), UI(화면), Editor(도구)로 분리

규칙이 화면을 모르게 나눈 건 낮에 프로토타입에서 써 보고 괜찮았던 방식을 그대로 키운 거다. 프로토타입은 이틀 뒤에 통째로 지워진다.

첫날을 돌아보면

그날 프로토타입 화면은 지금 게임에 하나도 안 남아 있다. 속성은 다섯 개가 됐고 던전은 더 깊어졌고, 카드 대신 도트 캐릭터들이 싸운다. 그래도 그날 확인한 두 가지, 상대를 보고 배치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과 규칙은 화면이랑 떼어서 숫자로 검사한다는 건 지금도 그대로다.

프로토타입을 처음 만든다면 첫날 목표를 질문 하나로 좁혀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 질문에 "응"이 나오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덜 막막하다.

다음 편은 이 프로토타입을 지우고 진짜 뼈대를 세운 이틀, 그리고 그림체가 도트로 정해진 얘기다. 게임이 어떻게 생겼는지 먼저 보고 싶으면 게임 소개 페이지에 있다.

CLOSED TEST

마계공단: 던전사업부

용사는 침입자, 몬스터는 직원. 지금 만들고 있는 이 던전을 출시 전에 가장 먼저 운영해 보세요.

만 14세 이상 · 참여 보상 없음 · Google 설문지로 이동합니다. 테스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